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은 화이트 스완일까? 블랙 스완일까?

미국의 상업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는데요.

SVB는 주로 캘리포니아 주의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기업들을 중심으로 고객을 확보하여 성장해왔습니다.

이번 파산으로 인해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은행의 부실화 우려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리콘밸리은행은 미국 내 자산 기준으로 16위 규모(총 자산 2,090억 달러, 총 예금은 1,754억 달러)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돈줄로 유명한 은행이었습니다.

하지만 2023년 3월 10일 오전, 캘리포니아 주 금융당국에 의해 폐쇄되었습니다.

또한 뉴욕 시그니처은행에서도 2023년 3월 10일 뱅크런이 발생하였으며, 3월 12일 저녁에 폐쇄되었습니다.


SVB의 파산은 매우 단기간에 급속히 진행되었습니다.

SVB의 예금수신 규모는 2020년 3월 620억달러 규모였는데요, 불과 1년후인 2021년 3월 1,240억달러로 증가했고, 2022년말 기준으로는 1,754억달러로 높아졌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바이오 및 첨단기술기업에 대한 투자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부유해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기업들로부터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SVB로 유입된 결과였습니다.

SVB는 고객들이 예치한 수신된 자금을 지나치게 많이 미국 장기국채에 투자하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이러한 선택은 2020년~2021년까지 이어진 연준의 제로금리 정책 및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정책을 감안할 경우 외견상 비판의 여지가 많지 않은데요.

그런데 2022년에 접어 들면서 인플레이션 상승이 가파르게 진행되었고, 특히 2022년 3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198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서 연준의 기록적인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되었습니다.

연준의 맹렬한 기준금리 인상은 SVB의 재무제표에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채권의 가격은 금리와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데요. 특히 만기가 긴 채권은 금리 인상기에 더 큰 가격하락을 겪게 됩니다.

SVB는 자산의 가장 큰 부분을 미국 장기국채로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금리인상에 따라 채권평가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는데요, 2022년 말 SVB의 채권평가손실은 150억달러를 넘어섰습니다.

2023년에 접어든 이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습니다.

이에 따라 예금 인출이 본격화되었고, SVB는 보유 채권 매각을 통해 유동성 위기 대응을 시도했는데요. 하지만 대규모 미실현 평가 손실이 실현 손실로 발생하여 신용등급 강등과 함께 주가 폭락과 뱅크런이 발생했습니다.

3월 10일, SVB는 주식 거래 중지와 함께 은행업 허가가 취소되어 파산되었습니다.

결국 40년의 역사를 가진 SVB는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시장에서 퇴출되었습니다.


SVB의 파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발생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SVB의 파산은 금융회사 파산의 전형적인 특징을 갖는데요.

첫째, 보유 자산과 예수부채 간의 만기 불일치와 투자 자산의 집중화가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SVB는 고객이 맡긴 예금의 상당 부분을 미국 장기 국채에 투자하였습니다.

이러한 자산 보유 전략은 수익 극대화 관점에서 합리화가 가능하지만, 만기가 짧은 예수부채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만기가 긴 투자 자산을 중심으로 운용하는 것은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금융회사 파산, 특히 은행 파산의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또한, 운용 자산의 집중화도 파산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SVB는 안정적인 대출 포트폴리오를 가졌지만, 운용 자산의 중심은 미국 장기 국채에 있었습니다.

이는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아야 한다는 분산 투자의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드-프랭크법의 제정을 통해 미국은 은행 건전성 관리를 강화했습니다.

그러나 2018년 경제성장, 규제완화 및 소비자보호를 위한 법률(EGRRCPA)이 제정되면서 자산규모 2,500억달러 이하의 은행에 대한 건전성규제 기준이 완화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SVB는 대형은행에 비해 완화된 스트레스 테스트 기준을 적용받았습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인해 SVB의 건전성 관리체계가 가진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SVB의 파산은 금리상승과 미국 연준의 은행감독 실패의 영향이 있었다고 판단됩니다.

이외에도 초고속 인터넷 시대인 현대 사회에서의 은행 파산의 원일을 들자면, 바로 모바일 폰뱅킹과 SNS의 보편화가 그 원인입니다.

모바일 폰뱅킹과 SNS의 보편화가 은행 파산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은행 파산에 이르는 속도를 경이적으로 증가시켰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모바일 폰뱅킹을 통해 예금 이체가 장소와 시간에 더 이상 구속받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특정 은행의 모든 예금이 인출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하루가 채 되지 않으며, 뱅크런으로 인한 은행 파산에 소요되는 시간이 반나절이면 충분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중앙은행과 정부의 은행 건전성 관리에 중요한 도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SNS의 사용과 모바일 폰뱅킹의 보편화는 불가피한 시대의 흐름이지만, 이러한 변화가 뱅크런의 인화성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음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이번 SVB 파산을 기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리만 브라더스 파산과 빗대어 볼 수 있는데요.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SVB 사태는 그 규모와 원인이 틀리며, 파급효과도 틀립니다.

그래서 미 연준에서는 화이트 스완(White Swan)이라고 평가하는데요.

그래서 SVB 사태와는 별개로 이번에도 기준 금리를 0.25% 올리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화이트 스완 vs 블랙 스완에 대해 잠깐 살펴보면,

블랙 스완(Black Swan)은 예상치 못한 일이 실제로 일어날 때를 뜻하는 영어 단어입니다.

이 용어는 처음에는 서양 고전에서 모든 백조가 흰색이라는 인식 속에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이나 '고정관념과는 전혀 다른 어떤 상상'이란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17세기 한 생태학자가 호주에서 '블랙 스완'을 발견하면서 이 같은 의미로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이 용어는 경제 분야에서 널리 쓰이기도 합니다. 경제적으로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일단 일어나면 예상치 못한 충격과 파급효과가 있는 사건들을 지칭합니다.

이러한 사례로는 2001년 미국의 9·11테러,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 최근 영국의 브렉시트 등이 있습니다.

반대로 화이트 스완(White Swan)은 과거 경험상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고 예방도 할 수 있지만 제때에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를 뜻합니다.

최근 주목받는 화이트 스완으로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세계 무역 위축 및 수입물가 상승, 유럽의 지역별·계층별 갈등 심화로 인한 유로존 위기 등이 있습니다.

화이트 스완은 블랙 스완을 촉발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그레이 스완(Grey Swan)은 경제 상황에서 예측할 수 있거나 이미 인식되는 악재지만 특별한 해결책이 없는 탓에 위태로움이 존재하는 경우를 뜻합니다.

예고 없이 갑자기 발생해 충격은 블랙 스완보다는 적지만 대처 방안이 모호하다는 점에서 까다롭습니다.

부디 화이트 스완 현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