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의 도발 - 우리가 아는 우주는 틀렸다? 허블 긴장과 암흑 에너지의 새로운 미스터리

2011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애덤 리스(Adam Riess) 교수는 우주의 가속 팽창을 발견하여 현대 우주론의 '표준 모델' 정립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인물입니다.

그의 발견은 우주 전체에 퍼져 있는 미지의 반발력, 즉 '암흑 에너지'의 존재를 강력하게 시사하며 우주의 시작과 진화, 그리고 궁극적인 운명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한 단계 끌어올렸습니다.

그러나 최근 리스 교수는 자신이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바로 그 표준 모델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며 우주론 학계에 새로운 논쟁의 불씨를 지피고 있는데요.

과연 무엇이 그로 하여금 기존의 확고한 이론에 반기를 들게 만들었을까요? 그의 주장은 우주에 대한 우리의 근본적인 이해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그 심오한 가능성을 탐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허블 긴장: 두 가지 측정 방식의 불일치

리스 교수의 의문은 '허블 긴장(Hubble tension)'이라고 불리는 현상에서 비롯됩니다.

허블 상수는 우주의 현재 팽창률을 나타내는 값으로, 우주론 연구의 핵심적인 지표입니다.

그런데 이 허블 상수를 측정하는 두 가지 주요 방식이 서로 다른 결과를 내놓고 있다는 점이 문제의 발단인데요.

첫 번째 방식은 리스 교수의 주된 연구 분야로, Ia형 초신성과 같은 '표준 촉광(standard candle)'을 이용하여 비교적 가까운 우주에 있는 은하들의 거리와 후퇴 속도를 정밀하게 측정하여 현재의 팽창률을 직접 계산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국지적 우주(local universe)의 팽창을 관측하는 방식입니다.

두 번째 방식은 우주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CMB) 즉, 빅뱅 직후 우주에 퍼져나간 빛의 잔광을 관측하는 것입니다.

초기 우주의 상태를 보여주는 CMB 데이터를 표준 우주 모델에 대입하여 현재의 팽창률을 이론적으로 추론해내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이 두 가지 방식으로 계산된 허블 상수 값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리스 교수를 비롯한 많은 천문학자들은 관측 기술이 발전하고 더 많은 데이터가 쌓이면 이 불일치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그 차이는 더욱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리스 교수는 CMB 관측 데이터 자체에는 오류가 없다고 판단하며, 이 '허블 긴장'이 현재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는 표준 우주 모델 자체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을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라고 주장합니다.

암흑 에너지의 변덕: 우주의 미래를 다시 쓰다

표준 우주 모델에서 암흑 에너지는 우주 전체에 균일하게 퍼져 있으며, 그 힘은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 상수(우주 상수, cosmological constant)로 간주됩니다.

이 일정한 암흑 에너지의 반발력 때문에 우주의 팽창은 영원히 가속되어, 결국 모든 물질과 에너지가 희석되어 차갑고 텅 빈 상태, 즉 '열죽음(heat death)'에 이를 것이라는 것이 기존의 예측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애리조나주 키트 피크 국립천문대의 암흑 에너지 분광 장비(DESI, Dark Energy Spectroscopic Instrument) 프로젝트에서 나온 새로운 관측 결과는 이러한 암흑 에너지의 '불변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DESI의 초기 데이터는 암흑 에너지가 초기 우주에서는 더 강했고, 수십억 년 전에 그 힘이 미세하게 약해지기 시작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관측 결과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는 표준 우주 모델의 근본적인 수정이 불가피함을 의미합니다.

암흑 에너지의 힘이 시간에 따라 변한다면, 우주의 팽창 속도 역시 일정하게 가속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할 수 있으며, 이는 우주의 궁극적인 미래에 대한 우리의 예측을 완전히 뒤엎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암흑 에너지의 힘이 계속 약해져 0이 되거나 심지어 음의 값으로 변한다면, 우주의 팽창은 멈추거나 역전되어 다시 수축하는 '빅 크런치(Big Crunch)' 시나리오도 가능해집니다.

혹은 영원한 순환을 반복하는 우주일 수도 있습니다.

이는 지적인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이 기존 예상보다 훨씬 길어질 수 있음을 의미하며, 우주의 종말에 대한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를 다시 써야 할 수도 있다는 혁명적인 가능성을 내포합니다.

과학의 본질: 끊임없는 의심과 데이터 기반의 진실 추구

리스 교수는 자신이 표준 모델을 세우는 데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관측 데이터가 기존 이론과 충돌할 때 이를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과학자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일부 원로 우주론자들은 아직 성급한 결론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리스 교수는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깨지기 시작한 달걀'에 비유하며, 표준 모델의 균열이 한 곳이 아닌 여러 곳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예측합니다.

그의 이러한 태도는 과학이 기존의 권위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관찰과 검증을 통해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역동적인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새로운 우주론을 향한 격렬한 지적 탐험

애덤 리스 교수의 문제 제기는 우주론 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며, 마치 새로운 아인슈타인의 등장을 기다리는 듯한 지적 흥분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허블 긴장'과 '변화하는 암흑 에너지'라는 두 가지 미스터리는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가 전부가 아닐 수 있으며, 우주의 탄생과 진화, 그리고 미래에 대한 더욱 심오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앞으로 DESI뿐만 아니라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베라 C. 루빈 천문대 등 새로운 관측 장비들이 쏟아낼 방대한 데이터는 이러한 논쟁을 더욱 뜨겁게 달굴 것입니다.

비록 표준 우주 모델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지만, 이는 곧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인류의 지적 탐험은 이제 막 새로운 장을 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