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12, 20254 minutes
인터넷 초창기를 경험한 세대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소리가 있습니다.
‘삐-삐-뽀-부-부-부-치이이이익-’.
마치 기계가 비명을 지르는 듯한 이 소리는 인터넷 세상으로 들어가는 관문과도 같았죠.
하지만 문득 궁금해집니다.
그 소리는 도대체 무엇이었고, 유선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왜 우리는 굳이 그 시끄러운 소리를 들어야만 했을까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 질문에 대해 수많은 전문가와 경험자들이 자신의 지식과 추억을 풀어놓았습니다.
오늘은 그들의 유쾌하고 지적인 답변들을 종합하여 모뎀 소리의 비밀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가장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그 소리는 컴퓨터들이 전화선을 통해 서로 대화하는 ‘목소리’ 그 자체였습니다.
컴퓨터가 사용하는 디지털 정보(1과 0)를 사람의 목소리처럼 아날로그 소리 신호로 바꿔서 전화선을 통해 보내고, 반대편에서는 그 소리 신호를 다시 디지털 정보로 해독해야 했습니다.
사실 ‘모뎀’이라는 이름 자체가 이 과정을 설명해 줍니다.
즉, 모뎀은 디지털 세상과 아날로그 전화선 세상을 이어주는 ‘통역가’였던 셈입니다.
우리가 들었던 그 기묘한 소리의 대부분은 두 모뎀이 통신을 시작하기 전에 서로의 상태를 확인하고 규칙을 정하는 ‘핸드셰이크(Handshake, 악수)’ 과정이었습니다.
마치 처음 만난 두 사람이 대화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소리가 통신 과정 자체라는 것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왜 모뎀에는 스피커가 달려 있어서 우리가 그 소리를 들어야만 했을까요?
여기에는 아주 실용적이고 중요한 이유들이 있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문제 진단’이었습니다.
인터넷을 자주 사용하던 사람들에게 모뎀 소리는 단순한 소음이 아니었습니다.
아주 초창기의 모뎀은 전화선에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음향 커플러(acoustic coupler)‘라는 장치에 전화기 수화기를 직접 올려놓는 방식이었죠.
모뎀 스피커가 수화기 송화부에 소리를 내보내고, 모뎀 마이크가 수화기 수신부의 소리를 듣는, 말 그대로 ‘소리’로 통신했습니다.
이후 기술이 발전하여 전화선에 직접 연결하는 모뎀이 표준이 되었지만, 사용자를 위한 진단 도구로서의 스피커는 계속 남게 된 것입니다.
대화에서 파생된 재미있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컴퓨터는 1과 0을 어떻게 아는 걸까요? 전원을 껐다 켰다 하는 건가요?"
정답은 ‘거의 맞다’입니다.
컴퓨터 내부에는 수십억 개의 아주 작은 스위치인 ‘트랜지스터’가 있습니다.
컴퓨터는 이 스위치에 ‘높은 전압’이 흐르면 ‘1(On)‘로, ‘낮은 전압’이 흐르면 ‘0(Off)‘으로 인식합니다.
컴퓨터가 1과 0이라는 숫자를 ‘이해’한다기보다는, 단지 ‘켜짐’과 ‘꺼짐’이라는 두 가지 물리적 상태를 구분할 수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이 두 가지 상태를 이용해 이진법이라는 수학 체계를 만들고, 복잡한 논리 회로를 설계하여 지금의 컴퓨터를 만든 것입니다.
주판이 위쪽 구슬과 아래쪽 구슬을 구분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결론적으로, 그 시끄러웠던 모뎀 소리는 단순한 소음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디지털 데이터를 아날로그 전화선에 싣기 위한 ‘통신 언어’ 그 자체였으며, 동시에 **인간 사용자가 연결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문제를 진단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피드백 도구’**였습니다.
연결이 완료되면 굳이 계속 들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스피커는 조용해졌죠.
한 사용자는 이 소리를 “멸종된 새의 소리를 기억하는 것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이제는 들을 수 없는 그 소리는, 인터넷이 항상 우리 곁에 있는 ‘공기’가 아니었던, 접속을 위해 인내와 약간의 의식이 필요했던 시절에 대한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