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도시를 짓지 못하는 3가지 진짜 이유 (로켓 때문이 아닙니다)
로켓은 문제의 시작일 뿐
우주에 거대한 건물이나 도시를 짓는 상상은 인류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이 꿈이 왜 아직 현실이 되지 못하는지 물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슷한 대답을 내놓을 겁니다.
"로켓을 한 번 쏘아 올리는 데 수천억이 드니까요.
너무 비싸서 엄두를 못 내는 거죠."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1kg의 짐을 우주로 보내는 데 수백만 원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만약 이 엄청난 운송비가, 진짜 문제의 10%도 되지 않는 '입장료'에 불과하다면 어떨까요?
우리가 우주에 도시를 짓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돈 때문이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사는 지구의 모든 상식과 물리 법칙이 그곳에서는 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1. 금속끼리 닿으면 저절로 붙어버립니다
지구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우주에서만 일어나는 기이한 현상이 있습니다.
바로 '콜드 웰딩(Cold Welding, 냉간 용접)'입니다.
쉽게 말해, 같은 종류의 깨끗한 금속 두 개를 진공 상태에서 맞대면, 마치 용접을 한 것처럼 영구적으로 달라붙어 버립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비밀은 지구에 흔한 '공기'에 있습니다.
지구의 금속 표면은 공기 중의 산소와 만나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얇은 '산화막', 즉 녹이 슬어 있습니다.
이 얇은 막이 코팅 역할을 해서 금속 원자들이 서로 만나는 것을 막아줍니다.
하지만 공기가 없는 우주에서는 이 산화막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두 금속이 맞닿는 순간, 원자들은 자신이 거대한 금속 덩어리의 일부인지, 아니면 방금 만난 다른 금속의 일부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그대로 결합해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이 현상은 의도적으로 사용하면 유용한 기술이 될 수 있지만, 만약 실수로 공구나 부품이 엉뚱한 곳에 달라붙는다면 이는 끔찍한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2. 우주는 춥지만, 과열이 더 무서운 문제입니다
우주 공간의 온도는 영하 150도 이하로 떨어지는 극한의 환경입니다.
당연히 우주에서는 추위를 걱정해야 할 것 같지만, 엔지니어들의 진짜 골칫거리는 정반대입니다.
바로 '과열' 문제입니다.
지구에서는 뜨거운 물체 주변의 공기가 데워지면서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공기가 그 자리를 채우는 '대류' 현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열이 식습니다.
하지만 우주는 진공 상태, 즉 열을 전달해 줄 공기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우주비행사의 몸이나 우주정거장의 장비에서 발생한 열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계속 내부에 쌓이게 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장비는 녹아내리고 사람은 생명을 위협받게 됩니다.
그래서 우주복과 우주정거장에는 열을 식히기 위한 복잡한 냉각 장치와 거대한 방열판이 필수적으로 설치됩니다.
우주복이 두꺼운 이유는 추위를 막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내부의 열을 식히기 위한 '움직이는 냉장고'이기 때문이기도 한 것입니다.
3. 망치질 한 번에 우주 미아가 될 수 있습니다
지구에서 집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도구는 무엇일까요?
망치나 톱이 아닙니다.
바로 '중력'입니다.
우리는 바닥에 자재를 내려놓고, 벽에 몸을 기대고, 못에 망치를 내리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당연한 행동은 중력이 우리와 모든 물체를 땅으로 단단히 붙잡아주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하지만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는 이 모든 상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우주비행사가 망치로 못을 내리치면, 작용-반작용의 법칙에 따라 못이 박히는 동시에 망치를 쥔 비행사 자신은 반대 방향으로 세게 튕겨 나갑니다.
몸을 고정하지 않으면 망치질 한 번에 저 멀리 우주 미아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우주에서의 모든 작업은 발을 단단히 고정하고, 모든 공구는 몸에 밧줄로 묶은 채로 진행해야 합니다.
우리가 수천 년간 발전시켜 온 모든 건설 기술은 '중력'이라는 기본 전제 위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우주 건설이 어려운 이유는, 이 모든 기술을 중력이 없는 환경에 맞춰 처음부터 다시 발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진짜 장벽은 무엇인가
결론적으로, 로켓 발사 비용은 우주 건설이라는 거대한 도전의 '입장료'에 불과합니다.
진짜 비용과 어려움은, 지구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낯선 물리 법칙 속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발명'하는 데 있습니다.
금속이 저절로 붙지 않도록 모든 부품을 특수 코팅해야 하고, 식힐 공기가 없는 곳에서 열을 버릴 방법을 고안해야 하며, 나사 하나를 조이기 위해 온몸을 구조물에 묶어야 하는 현실.
우리가 아직 우주에 도시를 짓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발을 붙잡아주던 '지구의 상식'을 버리는 것이 너무나도 어렵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