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1, 20253 minutes
자동차의 에코(ECO) 모드가 연비 절약에 좋다는 건 다들 아실 텐데요.
그런데 정확히 어떤 원리로 연료를 아껴주는 걸까요?
단순히 ‘페달 반응성이 낮아진다’고는 하는데, 이게 무슨 의미인지 5살 아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아주 쉽게 설명해 드릴게요.
사실 요즘 자동차의 가속 페달은 엔진에 직접 연결된 케이블이 아니라, 자동차의 중앙 컴퓨터로 신호를 보내는 전자 장치거든요.
다시 말해, 운전자가 직접 모든 것을 제어하는 게 아니라 컴퓨터에게 ‘이렇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인 셈입니다.
가끔은 컴퓨터가 운전자의 요구를 거절하기도 하는데요.
예를 들어 빙판길에서 브레이크를 세게 밟으면, 컴퓨터가 위험한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알아서 브레이크를 여러 번 짧게 끊어 밟아주는 것이 바로 그 예입니다.
자, 그럼 이걸 에코 모드에 적용해 볼까요?
일반 모드에서 페달을 절반쯤 밟으면 엔진 출력의 50%가 나온다고 가정해 볼게요.
에코 모드에서는 똑같이 밟아도 30% 정도의 출력만 내보내도록 컴퓨터가 제어하는 건데요.
결론적으로 엔진이 마법처럼 효율적으로 변하는 게 아니라, 자동차가 운전자를 ‘강제로’ 더 부드럽게 가속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여기에 추가로, 자동 변속기 차량의 경우 이 컴퓨터가 기어 변속 시점까지 다르게 조절하거든요.
에코 모드에서는 연비를 위해 더 높은 단수의 기어를 유지하고, 반대로 스포츠 모드에서는 더 큰 ‘토크(torque)‘를 얻기 위해 낮은 단수의 기어에 더 오래 머무르게 됩니다.
제 차는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가지고 있는데요.
에코 모드로 설정하면 시속 65km(40mph) 정도에서 벌써 7단 기어에 들어가 정말 신기했습니다.
반대로 한 며칠 동안 포르쉐(Porsche)를 운전해 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시속 100km에 가까워질 때까지 2단 기어를 유지해서 정말 놀라웠습니다.
에코 모드와 비슷하게, 일부 차량에는 출력이나 스포츠 모드가 있는데요.
이건 숫자를 정반대 방향으로 조작해서 페달을 50%만 밟아도 70%의 출력이 나오는 것처럼 설정하는 것입니다.
최근에 새로 뽑은 시에나(Sienna)가 있는데, 연비도 좋고 다 만족스럽지만 ‘재미있는’ 차는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스포츠 모드가 있다는 걸 깨닫고 나서는 꽤 재미있는 차가 되었습니다.
그럼 에코 모드에서 페달을 더 세게 밟으면 일반 모드랑 똑같나요?
완전히 똑같지는 않은데요.
물론 더 세게 밟으면 같은 속도에 도달할 수는 있지만, 반응 속도가 느리고 변속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체감 성능은 다릅니다.
에코 모드의 효과는 시간이 지나면서 운전자가 그 둔감한 페달에 익숙해지면 점차 줄어들기도 하거든요.
근본적으로 운전자의 급한 발을 길들이는 게 목적인 셈입니다.
토크(Torque)가 정확히 뭔가요?
토크는 엔진이 만들어내는 ‘비트는 힘’을 의미하는데요.
바퀴가 회전하려면 엔진에서 나오는 이 토크가 필요합니다.
기어가 있는 자전거를 생각하면 아주 쉬운데요.
가장 낮은 기어에 놓으면 페달은 빨리 굴러도 자전거는 천천히 가지만, 언덕을 오르기는 훨씬 수월하잖아요?
이게 바로 기어비를 통해 다리의 힘, 즉 토크를 증폭시키는 원리입니다.
자동차의 낮은 기어는 더 높은 토크를 바퀴에 전달해서 더 빠르게 가속할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에코 모드는 가속 페달과 변속기 제어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연비를 절약하는데요.
에어컨이나 히터의 출력을 제한해서 전력 소모를 줄이는 것도 흔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일부 V8 엔진을 탑재한 차량은 에코 모드에서 8개의 실린더 중 2개를 꺼서 6기통으로 주행하기도 하거든요.
이렇게 하면 실제로 엔진의 효율 자체가 높아지게 됩니다.
또한, 일부 최신 차량들은 에코 모드에서 특정 조건이 되면 변속기를 중립 상태처럼 만들어 저항 없이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코스팅(coasting)’ 기능을 활성화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