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2, 20252 minutes
미국 영화를 보다 보면 농촌에 있는, 하늘 높이 솟아있는 거대한 물탱크, 바로 ‘저수탑’을 한 번쯤은 보셨을 텐데요.
미국에서는 저수탑은 해당 동네의 수압을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아주 중요한 시설입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궁금증이 들지 않으셨나요?
저 안에는 항상 물이 가득 차 있을 텐데, 몇 년에 한 번씩만 청소한다면 내부에 곰팡이나 이끼가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주민들이 매일 쓰는 물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저수탑이 어떻게 항상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는지, 그 놀라운 비밀을 속 시원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저수탑으로 들어가는 물이 그냥 평범한 맹물이 아니거든요.
가정에서 사용하는 모든 수돗물처럼, 저수탑의 물 역시 정수장에서 아주 소량의 ‘염소(Chlorine)‘를 이용해 완벽하게 소독 처리된 상태입니다.
이 염소 성분은 저수탑 내부에 머무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살균 작용을 하는데요.
마치 보이지 않는 보호막처럼 곰팡이 포자나 박테리아가 번식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입니다.
즉, 물 자체가 끊임없이 저수탑 내부를 소독하고 있는 셈입니다.
곰팡이나 이끼가 자라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수 조건이 있는데요.
바로 습도, 산소, 그리고 먹이가 될 만한 ‘유기물’입니다.
집 화장실에 곰팡이가 잘 생기는 이유는 타일의 실리콘이나 벽지 같은 유기물이 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저수탑 내부는 주로 금속이나 특수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져 있어 곰팡이가 먹고 자랄 만한 영양분이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내부는 빛이 완전히 차단된 어두운 환경이기 때문에, 광합성이 필요한 녹조류 등도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입니다.
여기에 더해, 저수탑 내벽에는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특수 코팅까지 되어 있거든요.
말 그대로 세균이나 곰팡이에게는 최악의 생존 환경인 것입니다.
저수탑이 몇 년에 한 번씩만 물을 완전히 비운다고 해서, 그 안의 물이 오랫동안 고여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이건 사실과 조금 다릅니다.
저수탑은 단순히 물을 저장만 하는 창고가 아니라, 동네의 물 사용량에 따라 수위가 계속해서 오르내리는 역동적인 시스템의 일부입니다.
낮 동안 주민들이 물을 많이 사용하면 수위가 내려가고, 사용량이 적은 밤사이에는 펌프가 다시 물을 채워 넣는 과정이 매일 반복되거든요.
이렇게 물이 끊임없이 순환하기 때문에, 장기간 고여서 부패할 틈이 없는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철저하게 관리해도, 보통 3년에서 5년 주기로 대대적인 내부 점검과 청소를 진행하는데요.
이때는 물을 완전히 비우고, 전문가들이 직접 들어가 내부의 부식 상태나 코팅 손상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고 고압 세척기로 깨끗하게 청소합니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점은, 최근에는 이 모든 과정을 물을 빼지 않고도 진행한다는 사실인데요.
바로 전문 ‘잠수부’나 원격으로 조종하는 ‘수중 로봇’을 투입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저수탑 내부에 직접 들어가서 바닥에 쌓인 미세한 침전물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고, 내벽의 상태를 촬영해 외부로 전송하는데요.
덕분에 주민들은 물 공급이 중단되는 불편함 없이, 항상 최고 수준으로 관리된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저수탑 속에는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안전을 지키는 첨단 과학과 전문가들의 노력이 숨어있었던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