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씻을 때 체 쓰면 안 되나요? 밥물 맞추는 황금비율 논쟁

October 12, 20253 minutes

요즘 SNS에서 밥하는 영상을 가지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걸 봤는데요.

핵심은 바로 쌀을 씻을 때 체(strainer)를 사용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였습니다.

아니, 쌀을 씻을 때 당연히 냄비에 바로 씻어서 물을 따라 버려야지, 왜 굳이 체를 쓰냐는 게 한쪽의 주장이었는데요.

사실 생각해보면 둘 다 쌀을 깨끗하게 만든다는 목적은 같은데, 왜 유독 한 가지 방식이 ‘틀렸다’는 인식을 주게 된 것일까요? 오늘은 이 오래된 논쟁의 속사정을 한번 깊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냄비에 직접 씻는 이유 ‘이것’ 때문이었어?

가장 먼저, 많은 분들이 냄비에 직접 쌀을 씻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를 이야기하거든요.

바로 ‘설거지거리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솔직히 밥 한번 하려고 냄비에, 체에, 그릇까지 여러 개 꺼내면 번거롭기 짝이 없는데요.

밥을 지을 냄비에 바로 쌀을 씻으면 사용한 조리 도구가 하나로 줄어드니 아주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쌀뜨물의 ‘농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쌀을 씻다 보면 뿌연 물이 나오는데, 이게 바로 쌀 표면의 전분과 미세한 가루들입니다.

냄비에 물을 받아 손으로 쌀을 저어보면 이 물이 얼마나 뿌옇게 변하는지, 몇 번을 헹궈야 맑아지는지 한눈에 파악하기가 쉬운데요.

반면 체에 밭쳐 흐르는 물에 씻으면 물이 그대로 빠져나가 버려서 쌀이 충분히 씻겼는지 가늠하기가 조금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특히 밥을 지었을 때 너무 질척거리지 않고 고슬고슬한 식감을 원한다면, 이 전분기를 적당히 제거하는 과정이 꽤 중요하거든요.

마지막으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이유일 수도 있는 ‘이물질 제거’의 문제가 있습니다.

요즘 나오는 쌀은 워낙 깨끗하게 도정되어 나오지만, 예전에는 쌀에 작은 돌이나 쌀겨, 심지어 벌레 등이 섞여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요.

이런 가벼운 이물질들은 물에 뜨기 때문에, 냄비에 물을 가득 받아 쌀을 헹군 뒤 물을 따라 버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제거됩니다.

하지만 체를 사용하면 물만 쏙 빠져나가고 이물질은 쌀과 함께 그대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세기의 논쟁 밥물, 손가락 하나면 끝?

쌀 씻는 법만큼이나 뜨거운 감자가 바로 ‘밥물 맞추기’인데요.

특히 냄비에 쌀을 씻고 물을 버릴 때, 남은 물의 양 때문에 정확한 밥물 계량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질문이 많았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동양권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 ‘손가락 계량법’이 등장합니다.

씻은 쌀을 평평하게 만든 뒤, 손가락을 찔러 넣어 쌀 표면에서부터 첫 번째 마디까지 물을 채우는 방법인데요.

이건 거의 모든 한국인들이 어릴 적 어머니나 할머니에게 한 번쯤은 배워봤을 ‘국민 비법’입니다.

물론 여기에도 반론은 있습니다.

사람마다 손가락 길이가 다른데 이게 어떻게 정확한 계량이 될 수 있냐는 건데요.

흥미로운 점은 쌀의 양이 많아지든 적어지든, 쌀 위로 올라오는 물의 높이는 거의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점입니다.

쌀 자체 부피에 이미 물이 채워져 있고, 그 위로 추가되는 물의 양이 증발하며 밥을 익히는 원리이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쌀 1컵을 하든 4컵을 하든, ‘손가락 한 마디’라는 법칙이 신기하게도 잘 통하는 것입니다.

물론 인도에서 주로 먹는 길쭉한 모양의 바스마티(Basmati) 쌀이나 현미 등 품종에 따라 물의 양을 조절해야 하지만, 우리가 주로 먹는 단립종 쌀에는 꽤 신뢰도 높은 방법입니다.

체를 쓰는 게 더 편하다는 사람들의 생각

그렇다면 체를 사용하는 건 정말 ‘잘못된’ 방법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체를 사용하면 쌀알 하나 흘리지 않고 물기를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어 더 정확한 계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특히 1:1, 혹은 1:1.2처럼 정확한 무게나 부피 비율로 밥을 짓는 레시피를 따를 때는 체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편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냄비 가장자리에 쌀알이 끼거나, 물을 따르다가 쌀을 쏟는 실수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장점입니다.

결국 쌀을 씻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는 셈인데요.

냄비에 직접 씻는 것은 설거지를 줄이고, 쌀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며, 이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전통적인 지혜가 담긴 방식입니다.

반면 체를 사용하는 것은 물기를 완벽하게 제거해 정확한 계량을 돕는 현대적이고 편리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내가 만든 밥이 맛있으면 그만 아닐까요?

오늘 저녁에는 나만의 방식으로 정성껏 밥을 지어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