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2, 20253 minutes
요즘 세상의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이 정작 그 미래를 가장 두려워하는 것 같은 기이한 소식들이 들려오거든요.
바로 인공지능(AI) 개발을 이끄는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이 비밀리에 거대한 ‘벙커’를 짓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메타(Meta)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가 하와이에 짓고 있는 거대한 지하 시설부터, 다른 기술 거물들의 종말 대비 계획까지, 이들이 우리 모르게 무언가 끔찍한 미래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은 미래를 설계하는 사람들이 왜 땅속으로 숨으려 하는지, 그 숨겨진 속내를 깊숙이 들여다보겠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하와이 카우아이(Kauai) 섬의 울창한 언덕에 자리한 마크 저커버그의 거대한 부지인데요.
무려 1,400에이커(약 171만 평)에 달하는 이 ‘코올라우 랜치(Koʻolau Ranch)‘에는 최근 아주 특별한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바로 자체 전력과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 5,000제곱피트(약 140평) 규모의 거대한 지하 벙커가 지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부들은 모두 엄격한 비밀유지계약서를 작성해야 했고, 2미터 높이의 담벼락이 외부의 시선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커버그 본인은 “종말 대비 벙커를 짓고 있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냥 작은 쉼터 같은 지하실일 뿐"이라고 부인했거든요.
하지만 사람들의 의심은 쉽게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미 실리콘밸리의 팔로알토(Palo Alto) 지역 주택 11채를 사들이며 ‘억만장자의 배트케이브’라 불리는 지하 공간들을 만들어 온 전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움직임은 저커버그만의 이야기가 아닌데요.
링크드인(LinkedIn)의 공동 창업자 리드 호프먼(Reid Hoffman)은 이를 ‘아포칼립스 보험’이라고 부르며, 자신이 아는 슈퍼리치 절반 정도는 이미 이런 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뉴질랜드(New Zealand)의 외딴 부동산은 종말을 대비하는 부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피난처로 꼽힌다고 합니다.
심지어 파산한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Sam Bankman-Fried)는 재판 과정에서, 세상 인구의 50% 이상이 죽는 대재앙이 닥쳤을 때 동료들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 나우루(Nauru)라는 섬나라 전체를 매입해 벙커를 지으려 했다는 충격적인 계획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대체 무엇을 이토록 두려워하는 걸까요?
전쟁이나 전염병 같은 전통적인 재앙도 있겠지만, 많은 이들은 그 원인으로 ‘인공지능’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챗GPT(ChatGPT)를 개발한 오픈AI(OpenAI)의 공동 창업자이자 수석 과학자였던 일리야 수츠케버(Ilya Sutskever)의 발언은 의미심장한데요.
그는 동료들에게 “AGI을 출시하기 전에는 반드시 벙커를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AGI란 기계가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시점을 의미하는데요.
결국 AI를 만드는 창조주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피조물이 언젠가 통제 불능의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현상을 지켜보는 대중의 시선은 조금 다른 곳을 향하고 있거든요.
많은 사람들은 이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AI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이라고 꼬집습니다.
한 네티즌은 “가라앉는 배의 쥐들과 같다. 그들은 자신들의 탐욕과 기술이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언젠가 전 세계적인 규모의 프랑스 혁명이 일어날까 봐 두려운 것"이라며 날카롭게 지적했습니다.
AI로 인해 일자리를 잃고 부의 불평등이 극심해졌을 때, 분노한 대중의 칼날이 자신들을 향할 것을 대비해 도망갈 구멍을 파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물론 “억만장자에게 수백억 원짜리 벙커는 푼돈에 불과한 ‘보험’일 뿐"이라는 현실적인 의견도 있는데요.
최근 악화되는 지정학적 위기 등을 고려할 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은 부자로서 당연한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굳이 AI라는 거창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재산을 지키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라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AGI의 도래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습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닐 로렌스(Neil Lawrence) 교수는 “인공 일반 지능이라는 개념은 ‘인공 일반 자동차’라는 말처럼 터무니없다"고 말했거든요.
케냐에 갈 때는 비행기를, 출근할 때는 자동차를, 식당에 갈 때는 걸어가는 것처럼 모든 상황에 맞는 단 하나의 ‘만능 이동수단’이 존재할 수 없듯, AGI도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현재의 AI는 스스로 생각하거나 느끼는 것이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음 단어를 ‘예측’할 뿐이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AI 기업들이 ‘인류 역사상 가장 똑똑한 존재를 만들고 있다’고 홍보하는 것은, 더 많은 투자를 받기 위한 ‘훌륭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결국 미래를 만드는 기술 거물들이 땅속으로 파고드는 이 기묘한 현상은 하나의 진실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인간의 지능을 모방한 기계를 만들 수는 있지만, 그들 자신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두려움’만큼은 복제할 수도, 떨쳐낼 수도 없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의 진짜 대상이 AI인지, 아니면 분노한 우리 자신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