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 이제 돈도 아닌데 각국 정부는 왜 쌓아둘까요? 금고 속 진짜 이유

October 12, 20253 minutes

영화나 뉴스에서 한 번쯤은 보셨을 텐데요.

어마어마한 두께의 강철 문으로 잠긴 비밀스러운 금고 안에 금괴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장면 말입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궁금증이 들지 않으셨나요? 우리는 이제 카드나 스마트폰, 혹은 종이돈을 쓰는데, 왜 각국 정부는 여전히 그토록 많은 금을 보관하고 있는 걸까요?

오늘은 금이 더 이상 돈으로 쓰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 경제의 중심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뽐내는 이유를 속 시원하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국가의 가장 든든한 ‘비상금’

결론부터 말하자면, 각국 정부가 보유한 금은 마트에서 장 볼 때 쓰라고 있는 게 아니거든요.

이건 바로 국가의 ‘비상금’이자 위기 상황을 대비하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중앙은행은 갑작스러운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 자국 통화의 가치를 방어하거나, 해외에서 석유처럼 꼭 필요한 물품을 급하게 수입해야 할 때를 대비해 예비 자산을 쌓아두는데요.

이것을 ‘외환보유고’라고 부릅니다.

대부분의 국가는 이 외환보유고를 미국 달러나 다른 나라의 국채 같은 안전한 자산으로 가지고 있거든요.

하지만 이런 자산들은 결국 다른 나라의 ‘약속’에 기반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만약 미국 경제에 큰 문제가 생긴다면 달러의 가치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데요.

바로 이 지점에서 금의 진짜 가치가 드러납니다.

절대로 부도나지 않는 유일한 자산

금은 다른 나라의 약속이나 신용에 의존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자산이거든요.

이걸 전문 용어로 ‘카운터파티 리스크(Counterparty Risk)‘가 없다고 표현합니다.

즉, 금은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발행 국가가 파산할 위험이 전혀 없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인 셈입니다.

그래서 경제 위기가 닥쳐 모든 자산 가치가 폭락할 때도 금값은 오히려 오르는 경향을 보이는데요.

이는 마치 폭풍우가 몰아칠 때 모두가 찾는 안전한 항구와도 같습니다.

또한 금은 필요할 때 즉시 달러나 다른 화폐로 바꿀 수 있는 ‘유동성’이 매우 뛰어나고, 작은 부피로도 큰 가치를 저장하고 옮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가 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나라는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튼튼하다’는 신호를 전 세계에 보내는 효과를 줍니다.

만약 세상이 망한다면 금은 쓸모없을까?

가끔 이런 상상을 하는 분들도 있거든요.

‘정말 영화처럼 세상이 망하는 아포칼립스가 온다면, 반짝이는 쇠붙이인 금이 무슨 소용이겠어? 차라리 통조림이나 총알이 훨씬 가치 있지!’ 하는 생각 말입니다.

물론 모든 시스템이 붕괴된 상황에서는 당장 먹고살 수 있는 식량이나 물이 금보다 훨씬 중요할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말하는 ‘위기’는 좀비가 나타나는 세상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이 마비되는 ‘경제적 재난’에 가깝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수천 년 동안 인류가 ‘가치 있는 것’이라고 믿어온 금의 힘이 다시 발휘될 수밖에 없는데요.

실제로 역사적으로도 수많은 국가와 화폐가 사라졌지만, 금은 언제나 그 가치를 잃지 않고 살아남았습니다.

결국 국가가 금을 보유하는 것은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가장 확실한 보험인 셈입니다.

생각보다 훨씬 희귀한 금속

사실 금이 이토록 귀한 대접을 받는 데에는 아주 근본적인 이유가 있거든요.

바로 압도적인 ‘희소성’입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채굴한 모든 금을 한데 모아도 올림픽 규격 수영장 4개 정도밖에 채우지 못한다고 하는데요.

심지어 이 금의 대부분은 우리 세대가 살아있는 동안 채굴된 것입니다.

게다가 금은 단순히 반짝이기만 하는 금속이 아닙니다.

녹슬거나 변하지 않는 특성 덕분에 우리가 매일 쓰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의 정밀 회로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데요.

이처럼 산업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에 금의 가치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각국 정부가 금을 쌓아두는 것은 과거의 낡은 습관이 아니라 매우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입니다.

금은 화폐가 흔들릴 때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자, 그 어떤 자산보다 신뢰할 수 있는 최후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복잡한 디지털 금융의 시대에도 여전히 금이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이유, 이제 조금은 이해가 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