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술 업계의 리더들이 우리 사회에 아주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거든요.

바로 ‘외부의 적’에게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우리 스스로가 전방위적인 감시를 받아들이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 논리가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처럼 들리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그 속내를 한 꺼풀만 벗겨보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름부터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우선 이 주장을 누가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거든요.

바로 감시 기술을 개발하고 판매해서 막대한 이익을 얻는 사람들입니다.

자신의 회사가 곧 국가의 ‘GDP 성장’ 그 자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는데요.

심지어 ‘지구상에서 가장 멋진(baller) 문화’를 가진 회사라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이름이 ‘팔란티어(Palantir)‘인데요.

이것은 소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수정 구슬’의 이름입니다.

소설 속에서 이 구슬은 강력한 통찰력을 주지만, 동시에 사악한 군주가 사람들을 감시하고 조종하는 데 사용했던 위험한 물건이거든요.

결국 그들은 자신들의 사업 본질을 ‘모든 것을 보는 눈’이라는 상징적인 이름에 담아, 처음부터 숨기지 않고 있었던 셈입니다.

‘나쁜 것’과 ‘더 나쁜 것’이라는 함정

더 큰 문제는 이들이 교묘하게 설계한 ‘거짓된 이분법’에 있거든요.

‘미국식 감시 사회에서 살 것인가, 아니면 중국식 AI 독재에 지배당할 것인가’라는 극단적인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이 질문은 우리에게 제3의 선택, 즉 ‘감시 사회 없이도 AI 기술을 발전시키는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요.

이는 외부의 ‘부기맨(boogeyman)‘을 만들어 공포심을 자극한 뒤, 사람들의 소중한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게 만드는 아주 고전적인 수법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정작 그들이 위협으로 지목한 중국이 오히려 미국 일부 기업가들보다 AI의 ‘안전장치’에 대해 더 보수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사실이거든요.

결국 이 프레임은 우리에게 합리적인 대안을 고민할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위험한 함정입니다.

규칙은 당신에게만 적용됩니다

이 모든 논의의 가장 깊은 곳에는 더욱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는데요.

바로 그들이 말하는 ‘감시 사회’의 규칙이 정작 그들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사실 이 회사의 실질적인 주인은 ‘피터 틸(Peter Thiel)‘이라는 거물 투자자인데요.

그는 과거 한 언론사가 자신의 사생활을 폭로하자, 10년간 비밀리에 자금을 대서 결국 그 회사를 파산시켜 버린 무서운 복수극으로 아주 유명합니다.

자신의 사생활 침해에는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했던 사람이, 다른 모든 이들의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감시 기술 회사로 막대한 돈을 벌고 있는 것이거든요.

이런 이중성은 회사의 CEO에게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이 CEO는 특이하게도 독일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은 ‘철학자’ 출신인데요.

그래서인지 국가 안보라는 거대한 주제를 이야기하면서, “감시 기술이 당신이 배우자 몰래 바람피우는 걸 잡아내는 기술은 아니다” 와 같이 뜬금없는 ‘불륜’ 관련 예시를 반복적으로 사용합니다.

대중의 삶과 동떨어진 이런 기묘한 인식은, 그들이 설계하는 미래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거든요.

결국 그들이 말하는 희생과 감시는, 오직 평범한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그들만의 규칙입니다.

진짜 경계해야 할 것은 따로 있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AI 경쟁에서의 패배’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소수의 기술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모두의 이익’으로 포장하며 우리의 자유를 조금씩 갉아먹는 상황, 바로 그것이 진짜 위기입니다.

그들이 던지는 거대한 담론에 휘둘리기 전에, 우리는 먼저 질문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이 결정으로 누가 가장 큰 이득을 보는가?‘라고 말입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순간, 우리가 진짜 싸워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분명해질 텐데요.

그것이야말로 기술이 지배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태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