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과 빵이 역사를 만든 진짜 이유, 인류는 왜 곡물을 선택했을까?

November 12, 20253 minutes

쌀과 빵이 역사를 만든 진짜 이유, 인류는 왜 곡물을 선택했을까?
쌀과 빵이 역사를 만든 진짜 이유, 인류는 왜 곡물을 선택했을까?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을 우리 모두 익숙하게 사용하는데요.

동양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쌀’이 차지하는 위상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섭니다.

이는 서양의 ‘밀’이나 아메리카 대륙의 ‘옥수수’ 역시 마찬가지거든요.

나일강(Nile) 유역에서는 문명의 새벽부터 밀이 주요 생산물이었고, 아시아는 쌀에,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옥수수에 식량을 의존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기지 않으시나요?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식물이 있는데, 왜 하필 이 ‘곡물’들이 전 세계 문명의 기반이 되었을까요?

여기에는 인류의 운명을 바꾼 몇 가지 결정적인 이유가 숨어있습니다.

식량계의 로또, 곡물이 가진 압도적인 장점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곡물이 식량으로서 갖춰야 할 거의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했기 때문인데요.

그야말로 ‘식량계의 로또’에 당첨된 작물이었습니다.

첫째,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과일이나 채소는 금방 썩어버리지만, 잘 말린 쌀이나 밀은 항아리에 담아두면 1년 뒤에도 거뜬히 먹을 수 있었거든요.

식량을 저장할 수 있게 되면서 인류는 더 이상 매일 사냥과 채집에 목숨을 걸지 않아도 되었고, 흉년이나 혹독한 겨울을 버텨낼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둘째, ‘엄청난 칼로리’를 제공한다는 점인데요.

적은 양으로도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곡물 덕분에 인류는 더 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었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자 사람들은 농사 외에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곧 기술의 발전과 사회의 분업화, 즉 ‘문명’의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재배의 용이성’입니다.

곡물은 대부분 풀의 한 종류로, 빠르게 자라고 한번에 많은 양을 수확할 수 있었거든요.

한 농담처럼, ‘사슴을 잡으려면 온종일 쫓아다녀야 하지만, 밀은 가만히 서서 우리가 베어주기만을 기다린다’는 말은 곡물 농사가 얼마나 효율적인 식량 확보 수단이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단순한 식량을 넘어선 곡물의 무한한 가능성

곡물의 위대함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데서 그치지 않았는데요.

인류는 곡물을 활용해 문화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켰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술’의 발명입니다.

곡물을 물에 담가두면 자연스럽게 발효가 일어나는데, 인류는 이 과정에서 맥주와 같은 술을 만들어냈거든요.

술은 단순히 사람들을 취하게 만드는 음료를 넘어, 중요한 사교의 도구이자 종교 의식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또한, 맥주를 만들기 위해 물을 끓이는 과정이 본의 아니게 물을 소독하는 효과를 가져와 수인성 질병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는 흥미로운 가설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곡물은 가축을 기르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요.

사람이 먹고 남은 곡물이나 수확 후 남은 짚 등을 가축의 사료로 활용하면서, 인류는 안정적으로 고기와 유제품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 것입니다.

지배자의 관점에서 본 곡물의 가치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부 학자들은 조금 다른 시각에서 곡물의 중요성을 설명하기도 하는데요.

제임스 스콧(James Scott)의 저서 ‘어게인스트 더 그레인(Against the Grain)‘에서는 곡물이 초기 국가의 지배자들이 백성을 통제하고 세금을 걷기에 ‘가장 완벽한 작물’이었기 때문에 주식이 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생각해보면 아주 흥미로운 관점이거든요.

감자나 고구마처럼 땅속에서 자라는 작물은 얼마나 수확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숨기기도 쉽습니다.

하지만 밀이나 쌀처럼 지상에서 자라는 곡물은 재배 면적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수확 시기가 정해져 있으며, 무게를 재어 정확하게 세금을 걷기가 아주 용이했습니다.

결국, 지배 계급은 세금을 걷어 군대를 유지하고 도시를 건설해야 했는데, 곡물이야말로 이러한 국가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가장 이상적인 ‘자원’이었던 셈입니다.

결론적으로 인류가 쌀과 빵을 주식으로 삼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는데요.

오래 보관할 수 있고, 적은 노력으로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으며, 심지어 통치자가 세금을 걷기에도 편리했던 곡물의 특성이야말로 인류를 수렵 채집 사회에서 거대한 문명 사회로 이끈 가장 큰 원동력이었습니다.

오늘 저녁 따뜻한 밥 한 공기나 빵 한 조각을 마주한다면, 그 안에 담긴 인류 문명의 위대한 역사를 한번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