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16, 20252 minutes
우리가 매일 마시고 농사짓는 데 사용하는 지하수 때문에 지구의 자전축이 조금씩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 혹시 들어보셨나요?
믿기 힘드시겠지만, 실제로 지난 수십 년간 지구의 자전축이 눈에 띄게 이동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무려 1993년부터 2010년 사이에만 지구의 자전축이 약 80cm(31.5인치)나 기울어졌다고 하거든요.
그리고 놀랍게도 그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인류의 ‘지하수 사용’으로 밝혀진 것입니다.
아니, 고작 땅속의 물을 좀 썼다고 거대한 지구가 기울어진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안 되실 텐데요.
하지만 그 원리는 생각보다 아주 간단합니다.
쌩쌩 돌아가는 팽이의 한쪽에 아주 작은 무게추를 살짝 올려놓으면 팽이의 회전이 미세하게 달라지는 것과 똑같은 원리거든요.
지구도 마찬가지로, 거대한 양의 질량이 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자전축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퍼 올린 지하수의 양은 무려 2,150기가 톤에 달하는데요.
이 엄청난 양의 물이 땅속에서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서 지구의 무게 중심을 바꾸고, 결국 자전축을 이동시킨 것입니다.
이 놀라운 사실은 국제 학술지 ‘지구물리학 연구 레터스(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실린 서울대학교 서기원 교수팀의 연구를 통해 밝혀졌거든요.
이전에도 기후 변화로 인한 빙하의 해빙 등이 자전축에 영향을 준다는 건 알려져 있었지만, 지하수 사용이 그 어떤 요인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수치로 증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 역시 2016년에 물의 재분배가 지구 자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는데요.
이번 연구는 그 가능성을 ‘상당히 의미 있는’ 수준의 현실로 확인시켜 준 셈입니다.
특히 어느 지역의 지하수를 뽑아 쓰느냐도 아주 중요하거든요.
연구에 따르면 중위도 지역의 물 이동이 자전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데, 대표적인 곳이 바로 북미 서부와 인도 북서부 지역입니다.
이렇게 땅에서 바다로 옮겨간 물은 해수면 상승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데요.
연구 기간 동안 상승한 해수면 약 6mm(0.24인치)가 바로 이 지하수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사실 인류의 활동이 지구의 자전에 영향을 미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거든요.
중국의 싼샤댐(Three Gorges Dam)은 저수량이 워낙 거대해서 지구의 자전 속도를 하루에 0.06마이크로초씩 미세하게 늦추고, 자전축도 2cm가량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80cm라는 이동 거리가 당장 지구에 큰 재앙을 가져오는 것은 아닌데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심코 하는 행동이 행성 전체에 측정 가능한 변화를 일으킬 만큼 강력해졌다는 ‘신호’ 그 자체입니다.
이번 연구는 과거의 자전축 데이터를 통해 과거의 물 저장량 변화를 추적하고, 미래의 물 부족 문제나 해수면 상승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거든요.
결국 우리의 작은 행동이 모여 지구를 움직인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지속 가능한 물 관리 정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