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는 어떻게 뒤집혀서 날 수 있을까? 날개 모양의 비밀

November 16, 20253 minutes

비행기는 어떻게 뒤집혀서 날 수 있을까? 날개 모양의 비밀
비행기는 어떻게 뒤집혀서 날 수 있을까? 날개 모양의 비밀

영화 ‘탑건’을 보면 전투기가 아찔하게 뒤집힌 채로 비행하는 장면
영화 ‘탑건’을 보면 전투기가 아찔하게 뒤집힌 채로 비행하는 장면

영화 ‘탑건’을 보면 전투기가 아찔하게 뒤집힌 채로 비행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멋있다는 생각과 함께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기곤 하는데요.

분명 우리는 과학 시간에 비행기 날개의 ‘윗면이 볼록한 모양’ 때문에 양력이 생겨서 하늘을 날 수 있다고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비행기가 뒤집히면 그 볼록한 면이 아래로 향하게 되는데, 그럼 오히려 땅으로 곤두박질쳐야 하는 게 아닐까요?

사실 여기에는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원리가 숨어있거든요.

오늘은 그 오해와 진실에 대해 속 시원하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배운 ‘날개 모양’의 진실

우선 우리가 학창 시절에 배웠던 내용부터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는데요.

비행기 날개는 단면을 잘라보면 위쪽은 볼록하고 아래쪽은 평평한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는 게 맞습니다.

그래서 공기가 날개 위아래로 갈라져 흐를 때, 볼록한 위쪽을 지나는 공기가 더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므로 속도가 빨라지거든요.

이렇게 공기의 속도가 빨라지면 압력이 낮아지는 ‘베르누이의 정리(Bernoulli’s principle)‘에 따라 날개 위쪽은 저기압, 아래쪽은 고기압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결국 이 압력 차이가 비행기를 위로 밀어 올리는 힘, 즉 ‘양력’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우리가 배운 핵심 내용이었는데요.

하지만 이 설명은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거대한 원리의 일부일 뿐, 전부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진짜 주인공은 ‘받음각’입니다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가장 결정적인 비밀은 날개의 모양이 아니라, 공기를 마주하는 날개의 ‘각도’에 있거든요.

이걸 항공 용어로 ‘받음각(Angle of Attack)‘이라고 부릅니다.

이건 아주 간단한 실험으로 직접 느껴볼 수 있는데요.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 창밖으로 손바닥을 펴서 내밀어 보면, 손을 수평으로 둘 때는 별다른 힘이 느껴지지 않는 게 보통입니다.

하지만 손바닥의 앞쪽을 살짝 들어 각도를 주면, 손이 위로 붕 뜨는 듯한 강한 힘을 느끼게 되거든요.

반대로 손 앞쪽을 내리면 손이 아래로 강하게 눌리는 힘을 받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때 우리 손은 볼록한 날개 모양이 전혀 아니지만, 오직 공기와 부딪히는 ‘각도’만으로도 엄청난 힘을 만들어냈는데요.

이것이 바로 양력이 발생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리, 뉴턴의 제3법칙인 ‘작용-반작용의 법칙’입니다.

날개가 기울어진 각도로 공기를 아래로 밀어내면(작용),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공기가 날개를 위로 밀어 올리는 힘이 생기는 것이죠.

뒤집혀도 날 수 있는 이유

이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와 볼까요?

비행기가 뒤집히면 날개 모양 때문에 생기는 양력은 분명 아래쪽으로 작용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이때 조종사가 비행기의 기수를 살짝 들어주면, 뒤집힌 날개 역시 공기를 아래로 밀어내는 ‘받음각’을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아래’는 뒤집힌 비행기를 기준으로 하늘 방향이 되겠지만요.

결과적으로 비행기는 하늘 방향으로 공기를 밀어내고, 그 반작용으로 땅 방향으로 추락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양력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베르누이의 원리’에 의한 불리함을 ‘받음각’을 이용한 힘으로 극복하고도 남는 셈인데요.

물론 일반 여객기 날개는 똑바로 날 때 가장 효율적으로 설계되어 있어서, 뒤집어서 날면 훨씬 더 많은 연료를 소모하고 조종도 불안정해지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에어쇼에 등장하는 곡예 비행기들은 아예 날개 위아래가 똑같이 생긴 ‘대칭형 날개’를 사용하기도 하거든요.

이런 비행기들은 날개 모양의 도움 없이 오로지 받음각과 엔진의 힘으로만 양력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똑바로 날 때나 뒤집어서 날 때나 거의 동일한 성능을 보여줄 수 있는 겁니다.

이제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원리가 조금 더 명확하게 이해되시나요?

단순히 날개 모양 하나 때문이 아니라, 각도와 속도, 그리고 공기의 흐름이라는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었던 건데요.

이제 영화 속 전투기가 뒤집혀 나는 장면을 보게 된다면, ‘아, 지금 조종사가 기가 막힌 받음각을 유지하고 있구나!’ 하고 그 숨은 원리를 떠올려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