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16, 20252 minutes
일론 머스크(Elon Musk)나 피터 틸(Peter Thiel) 같은 실리콘밸리의 거물들을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요.
‘이 사람들은 정말 인류의 미래에 관심이 있긴 한 걸까?’ 하는 의문입니다.
단순한 비아냥이 아니라, 실제로 이들의 생각을 깊이 파고들면 섬뜩할 정도의 결론에 다다르거든요.
바로 이들은 인류가 ‘디지털 포스트휴먼’으로 대체되는 것을 진보라고 여기는, 아주 구체적인 이념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의 세계관 중심에는 기술 유토피아적인 미래 비전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첨단 기술로 인간을 재설계해 ‘포스트휴먼’이라는 새로운 종을 만들고, 화성을 넘어 은하계 전체를 식민지화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수조 개의 ‘디지털 인간’이 살아가는 거대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만드는 것까지 포함하거든요.
‘인간은 디지털 초지능을 위한 생물학적 부트로더’라는 일론 머스크의 발언이 바로 이런 맥락에서 나온 말입니다.
결국 현생 인류는 그저 더 우월한 존재를 탄생시키기 위한 ‘징검다리’에 불과하다는 건데요.
이 기묘한 사상들을 묶어 ‘TESCREAL’이라는 약어로 부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그토록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대체 무엇일까요?
바로 우주에 존재하는 ‘가치(value)‘의 총량을 극대화하는 것인데요.
여기서 말하는 가치는 굉장히 비인격적인 개념입니다.
특정 누군가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 아니거든요.
그저 우주 자체에 가치가 많으면 더 좋은 우주가 된다는, 마치 자본주의의 무한 증식 논리와도 닮아있는 개념입니다.
마치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는 ‘초월적인 눈’이 그저 우주에 가치가 많으면 ‘좋다’, 적으면 ‘나쁘다’라고 판단하는 것과 같거든요.
결국 이 세계관에서 인간은 목적이 아니라,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이들의 사상은 20세기 ‘우생학’과도 섬뜩할 정도로 맞닿아 있는데요.
이들 중 다수는 스스로를 ‘IQ 현실주의자’라고 칭하며, IQ가 인간의 중요한 실제 능력을 측정한다고 믿습니다.
역사적으로 IQ 테스트는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인 관점을 가진 우생학자들이 자신들의 편견을 입증하기 위해 개발한 도구였거든요.
실제로 일론 머스크는 백인 인구 감소에 대해 노골적으로 우려를 표하며 인종차별적인 불안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과거의 우생학자들이 인류라는 종을 ‘개량’하는 데 그쳤다면, 이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는데요.
인류를 완벽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아예 ‘우월한’ 포스트휴먼이라는 새로운 종을 만들어 인류를 대체하자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우생학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러한 인류 절멸 시나리오에는 크게 두 가지 갈래가 있는데요.
피터 틸처럼 자신의 생물학적 신체를 유지한 채 영원히 살고자 하는 ‘생물학적 트랜스휴머니즘’이 그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다수는 미래가 ‘디지털’에 있다고 믿는 쪽이거든요.
인간의 마음을 컴퓨터에 업로드하거나, 챗GPT(ChatGPT)처럼 완전히 독립된 인공일반지능(AGI)이 우리를 대체하는 ‘디지털 우생학’이 바로 그것입니다.
어떤 방식이든, 이들의 유토피아에는 현생 인류의 자리가 없다는 점은 분명한데요.
이 모든 이야기가 소수의 괴짜들이 나누는 공상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사상을 일론 머스크, 피터 틸, 샘 알트먼(Sam Altman) 같은 사람들이 실제로 신봉하고 있다는 점이거든요.
이들은 수십억, 수조 원의 자본을 이용해 나머지 인류의 동의나 의견은 전혀 묻지 않은 채, 자신들만의 유토피아를 건설하려 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들이 꿈꾸는 미래는 우리 모두를 위한 포용적인 세상이 아니라, 인류가 배제된 소수 엘리트만의 ‘포스트휴먼’ 세상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