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18, 20253 minutes
스마트폰 터치 몇 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시대, 우리는 그 편리함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는데요.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앞으로 20년 안에, 우리가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거나 혹은 구식이라고 치부하는 기술들이 새로운 ‘부의 상징’이 될 거라는 흥미로운 예측이 등장했습니다.
모두가 디지털에 의존할 때, 기술 없이 무언가를 해내는 ‘아날로그 기술’이 바로 그 주인공이거든요.
마치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든 수제품처럼, 기술로부터의 독립이 하나의 특별한 능력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온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아날로그 기술’이란 아주 거창한 것이 아닌데요.
예를 들면 또박또박 알아볼 수 있는 손글씨를 쓰는 능력, 계산기 없이 암산하는 능력, 종이책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 그리고 내비게이션 없이 지도를 보고 길을 찾는 능력 같은 것들입니다.
사실 우리는 이미 그 초기 징후들을 목격하고 있거든요.
스트리밍이 대세인 시대에 LP 레코드가 다시 인기를 끌고, 기계식 시계가 대를 물려주는 가보로 여겨지며, 필름 사진이 비싸고 희소한 취미가 된 현상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기술이 점점 더 자동화되고 일상에 깊숙이 통합될수록, 기술의 도움 없이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무언가를 해내는 능력은 점점 더 희귀해질 텐데요.
그리고 역사적으로 ‘희소성’은 언제나 특별한 가치, 즉 새로운 지위의 상징이 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아주 쉽게 설명해 주는 재미있는 비유가 하나 있는데요.
바로 ‘말’의 위상 변화입니다.
수천 년간 말은 가장 보편적인 이동 수단이었지만, 자동차가 발명되자 부자들은 앞다투어 말을 팔고 자동차를 사기 시작했거든요.
그 시대에는 좋은 차를 소유하고 운전하는 것이 부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십 년이 흘러 이제는 거의 모든 사람이 자동차를 소유하게 되었는데요.
그러자 놀랍게도 ‘말을 소유하고 승마를 즐기는 것’이 다시금 부와 여유의 상징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모두가 하는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죠.
마찬가지로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미래에는,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아날로그 리터러시(Analog Literacy)‘를 갖춘 사람이 새로운 엘리트 계층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예측입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이 예측에 동의하는 것은 아닌데요.
이런 아날로그 기술들은 그저 일부 사람들의 ‘고급 취미’나 ‘개성 표현’ 정도로 남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마치 지금 우리가 고대 라틴어를 구사하는 사람을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능력이라고 여기지는 않는 것과 같다는 것이죠.
LP 레코드의 인기가 아무리 높아져도 스트리밍 시장 규모에는 비할 수 없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천만 원짜리 기계식 시계보다 스마트워치의 편리함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이거든요.
결국 계산기 앱을 켜는 것이 머리를 쓰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한 세상에서, 굳이 암산을 할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는 합리적인 의문입니다.
한편, 이 ‘아날로그 기술’의 가치를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있는데요.
바로 인공지능(AI) 시대에 오히려 각광받게 될 ‘숙련된 육체노동’입니다.
많은 사회가 자녀들이 대학에 진학해 소위 ‘화이트칼라’ 직업을 갖기를 원했지만, 그 결과 AI가 대체하기 쉬운 초급 사무직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거든요.
반면 AI가 대체할 수 없는 배관, 전기, 건축과 같은 숙련된 기술직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고장 난 보일러를 고치고, 낡은 집을 수리하는 이 ‘아날로그’ 기술이야말로 미래 사회에서 대체 불가능한 진짜 명품 기술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죠.
이는 단순히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인간 고유의 손재주와 현장 경험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는 현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결국 ‘아날로그 기술’이 미래에 어떤 위상을 갖게 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소수의 고상한 취미로 남을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의 예측처럼 새로운 부와 지위를 나타내는 척도가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기술로부터의 독립’이라는 가치는 점점 더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는 점인데요.
먼 훗날 우리 아이들이 우리가 남긴 손 편지를 보며, 마치 박물관의 유물을 보듯 신기해하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